패닉에 패닉을 금치못했던 다이칸야마 티사이트에서의 반나절. 얼른 정신차리고 에비스요코초에서 알콜과 함께 또 다른 정신을 놓긴 했지만, 그래도 딱히 기억하고 싶지만은 않았던 불안정의 하루.
갈 곳은 잃었지, 할 일은 많지, 결혼은 하고 싶지, 그래도 나는 발렌타인 초콜렛을 꾸역꾸역 들고 나왔는데 너는 자꾸 화만 내지. 스타벅스 파트너는 시키지도 않은 녹차라떼를 건내지. 그래도 요코초 아줌마가 회를 잔뜩 서비스로 줬으니까, 수 년만에 노래방에서 목도 쉬었으니까, 너무너무 예쁜 아기도 안아 봤으니까.
점점 말이 통하지 않음을 느낀다. 마치 가족과 대화를 하는 듯한 답답함. 사랑하는 만큼 이해받고 싶어 자꾸만 드센 설득을 시도하고, 그것이 도통 통하질 않아 벌컥 화를 내고선 또 금방 후회해 버리고 마는 상황이 연신 반복되고만 있다. 이게 바로 친구도 애인도 넘어선 가족같은 사람이 되는 순간인가 싶다. 뭔가, 싫다. 그냥 쭉 애인이고 싶은데.
사진 왼쪽 위로 살짝 보이는 색동옷 입은 프랑스 아가 때문에 그래도 진짜, 내내 웃고있었다. 한참 걸음걸이에 재미가 붙었는지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게 뒤뚱대며 걷는데, 우와 침이 질질 흐르더라 너무 많이 예뻐서.
저렇게 예뻐서 어떡해. 나같은 아줌마한테 납치당하면 어떡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