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24

starbucks in daikanyama t-site

패닉에 패닉을 금치못했던 다이칸야마 티사이트에서의 반나절. 얼른 정신차리고 에비스요코초에서 알콜과 함께 또 다른 정신을 놓긴 했지만, 그래도 딱히 기억하고 싶지만은 않았던 불안정의 하루.
갈 곳은 잃었지, 할 일은 많지, 결혼은 하고 싶지, 그래도 나는 발렌타인 초콜렛을 꾸역꾸역 들고 나왔는데 너는 자꾸 화만 내지. 스타벅스 파트너는 시키지도 않은 녹차라떼를 건내지. 그래도 요코초 아줌마가 회를 잔뜩 서비스로 줬으니까, 수 년만에 노래방에서 목도 쉬었으니까, 너무너무 예쁜 아기도 안아 봤으니까.

점점 말이 통하지 않음을 느낀다. 마치 가족과 대화를 하는 듯한 답답함. 사랑하는 만큼 이해받고 싶어 자꾸만 드센 설득을 시도하고, 그것이 도통 통하질 않아 벌컥 화를 내고선 또 금방 후회해 버리고 마는 상황이 연신 반복되고만 있다. 이게 바로 친구도 애인도 넘어선 가족같은 사람이 되는 순간인가 싶다. 뭔가, 싫다. 그냥 쭉 애인이고 싶은데.


사진 왼쪽 위로 살짝 보이는 색동옷 입은 프랑스 아가 때문에 그래도 진짜, 내내 웃고있었다. 한참 걸음걸이에 재미가 붙었는지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게 뒤뚱대며 걷는데, 우와 침이 질질 흐르더라 너무 많이 예뻐서.

저렇게 예뻐서 어떡해. 나같은 아줌마한테 납치당하면 어떡해.

20120223

日々












at monday noon

부르튼 입술 끝으로 느껴지는 햇빛이 풍요롭던 월요일이었다. 주문한 커피가 식는 줄도 모른 채 가운데 손가락에 생긴 연필자국에만 온 신경을 쏟아내고 있었다. 안그래도 못생긴 손인데, 대체 얼마나 힘주어 글씨를 써 왔길래 이렇게 볼품없는 굳은살이 돋아나고 만건지 순간적인 짜증이 확 밀려왔다. 물론 늘 그런 것은 아니다. 네 번째 손가락에 자리한 오래 전 누군가에게 받은 볼펜잉크의 흔적에 짐짓 눈이 갈 때가 있는데, 그러다 보면 결국 마무리는 못난 굳은살에 대고 입술을 삐죽이는 일이 된다.

이토록 훌륭한 도미요리를 먹으면서도 미간 속에는 짜증만 잔뜩 담고있다니, 쉐프한테 많이 미안해야겠다 나는. 그렇지만 가끔씩 정말 밉상일 때가 있다. 나는 바닐라쉐이크를 먹고 싶은데, 몸에 좋지 않니 어쩌니 하는 갖은 설교를 늘어놓으며 기어코 나 몰래 바나나쉐이크를 주문해 놓은 그 날을 당신은 기억이나 할는지 모르겠다. 자기도 하루에 캔커피 서너 개 쯤은 당연한 듯 마시면서, 왜 내게는 드문드문 땡기는 바닐라쉐이크 하나도 맘껏 못마시게 했었는지 정말, 알 수 없는 생물이다. 그렇지만 그 모든 밉상짓도 헌 것이 되어버린 시간들 속에서는 충분히 아름답게 포장되어버렸고, 나는 참 쓸데없이 그 밉상이 그립다.

무려 비행기를 타고 이사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다음주면 또 한번의 이사가 기다리고 있다. 진절머리 나는 이삿짐싸기. 대학생이 되고 당분간은 그래도 게으른 집주인을 대신해 완벽한 포장이사서비스를 제공해주던 당신이 곁에 있었는데. 뽁뽁이 터트리며 혼자 궁상떨고 있자니, 당신의 그 세세했던 마음에 목만 왕창 말라온다. 오, 그대는 나의 사막을 적시는 분무기였단 말입니다.

뻔하지 않은 글을 쓰자니, 되려 뻔한 그리움 같은 것들에 사고가 지배당하고 만다. 광활한 자연의 섭리에 휘말려 점진적인 소멸을 맞이한 당신과 나의 결말로부터 내가 취할 수 있는 것들이 고작 이런 쥐포같은 글들이라니. 대체 그 날의 우리는 불장난 이외의 무엇을 한 것일까. 아아 또 슬그머니 시선이 가운데 손가락의 굳은살로 향하며 짜증이 밀려오는 나는, 이쯤에서 해피피트를 보겠어 이 펭귄.

20120221

sayonara itsuka

가끔은 그렇다. 너무 과하게 멋지어 되려 숨구멍을 죄어오는 것들에 침범되고 마는, 그런 시간들이 있다. 그사람을 두고 다른 누군가와 저녁식사를 할 때의 낯선 내가 그렇고, 그 순간 낯선 나로부터 빚어져 나오는 농도 짙은 웃음소리가 그렇고, 다른 누군가가 내밀어주는 그사람과는 가질 수 없는 뛰어난 편안함이 또 그렇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나는 당신과 있을 때 조금도 온전한 나이지 못하다는 사실을 언젠가는 헤어지자는 말 대신 내뱉는 날이 오게되고 마는 것일까. 대체 나는 얼마나 비열하고 싶기에.


도무지 질리는 법이 없는 나의 동경과 변함없는 인사를 끝으로 잠시간의 작별을 고했다. 이제는 도시 그 자체보다 그 속의 사람들과의 고리가 더 커져버린 우리의 동경을 등에 업고, 이 곳에서도 나는 참 잘 살아야 할텐데. 아무리 그래도 보고싶어 어쩌니.

고고고고학번이 되어 돌아오니, 저학번일 때와는 다르게 학생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상당히 제한적임을 깨닫는다. 무언가 또 다른,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은데 이 나이에 학생으로 발을 내밀자니, 퍽 서러울 때가 많다. 고학번은 웁니다. 이런 면에선 참 재미없는 한국. 어쩌라고. 상큼대는 저학번들 틈에 섞여 하루하루 늙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학교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라고?

지금 당장 바르셀로나로 날아간다면, 제일 보고싶은 친구도 집도 밥도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데 나는 개강만을 기다리는 가난한 학생인지라, 네게 참 면목없기만 하다. 그래도 넉 달만 있으면 여름방학..이 아니라 다섯 달만 있으면 여름계적학기가 끝날테니 그때까지만 어찌어찌 갈 수 있다면.


공항에서 반지를 샀다.




안녕, 언젠가.

20120210

blahing in tokyo


삿포로부터 카나자와까지는 끊임없이 눈이 내리고 있다지만, 역시나 도쿄는 불안하리만치 맑은 날씨로 잔뜩 무장하고 있다. 다들 춥다고 난리지만 그래도 서울에 비하면 훨씬 따뜻한 편이라 꽁꽁 싸매온 코트를 집어던지고 카디건 한장으로만 매일을 버티는 중. 매일같이 먹고 마시느라 어떻게 시간이 흐르는지도 모른 채, 죄없는 지갑만 핼쑥해지고 있다.

마루노우치에 있는 중화요리점 핀난. 중국인 친구가 추천해준 중국식 면요리 집인데, 생각보다 굉장히 입에 맞았다. 그래도 여전히 파쿠치는 무리. 오늘로 사흘 째, 아직 수 일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돌아갈 그 날만을 두려워하고만 있다. 장난아니고, 너무 잘맞는거다. 뭐든.

모처럼 만난 사람들이 하나같이 애인의 안부를 물어온다. 그치만 그건, 내가 묻고 싶은거지. 나도 궁금한 내 애인 안부. 너는 그 먼 곳에서 잘 싸우고 있니. 춥지는 않니. 성식이형이 부릅니다, 좋을텐데.

집도 새로 구해야하고 복학준비도 해야하는데 나는 지금 여기서 무얼할까요. 조금만 더 방랑하다 돌아갈거야. 나는 돼지갈비 얻어먹을거니까. 그리고 리미티드와 인터뷰.....도 해야하니까.


별일없는 오후의 쓸모없는 이야기.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